울진군(군수 손병복)은 1월 2일부터 ‘한국 철비(鐵碑)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한국 철비 탁본전’을 울진 봉평리 신라비 전시관에서 개최한다.
철비는 우리나라 남한에서 현재까지 99기가 조사되었다. 그 현황은 강원도 6기, 경기도 4기, 경상북도 12기, 경상남도 27기, 전라북도 9기, 전라남도 32기, 충청북도 5기, 충청남도 3기, 출토지 미상 1기다. 대부분의 철비는 목민관의 치적을 찬양하기 위해 세운 송덕비이나, 일부 학문연구 등의 활동을 기념한 흥학비·학계비도 있다.
이번 한국 철비 탁본전에는 경상북도와 강원도에 분포하는 철비를 중심으로 울진의 내성행상반수 권재만 불망비를 비롯하여 경북 울진 4건 6점, 경북 경주 1건 3점, 경북 경산 1건 3점, 강원 홍천 1건 2점, 강원 삼척 2건 2점 등 모두 9건 16점의 탁본이 전시된다.
철비는 무쇠에 놋쇠를 첨가한 재료를 주조하여 만든 비다. 비는 어떤 사건 등의 내용을 기록하여 후세에 전하기 위해 건립하는 것으로 기념물에 해당된다. 재료에 따라 석비(石碑), 목비(木碑), 철비(鐵碑) 등으로 구분되며, 기록된 내용에 따라 묘비, 신도비, 효열비, 부도비, 송덕비 등으로 나뉜다.
특히 철비는 다른 어떤 비보다 마멸이 적고 단단하고 강하여 더욱 오래 전승되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제작된다. 비는 일반적으로 석비가 가장 많이 전해오며, 명문은 음각으로 새기는 것이 보통인데, 철비는 명문을 튀어나오게 양각으로 제작하여 글자를 더욱 강조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철비가 언제부터 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중국 진나라 진수(陳壽, 233~297)가 편찬한 『삼국지(三國志)』에 “유비(劉備, 161~223)의 묘 앞에 철비를 세웠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 전부터 만들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철비가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으나, 현재는 조선시대에 제작된 철비만 확인되며, 조사된 철비 중 가장 빠른 것은 1661년(조선 현종 2년)에 세워진 강원도 홍천의 ‘현감 원만춘 청백선정영세불망비(縣監 元萬春 淸白善政永世不忘碑)’이다.
이현원 문화재팀장은 “철비의 탁본은 보기 어려운 귀한 금석문 자료로 앞으로 울진 봉평리 신라비 전시관에서 지역별로 조선시대 철비의 탁본을 순차적으로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병복 울진군수는 “울진 봉평리 신라비 전시관은 국보인 울진 봉평리 신라비를 전시하는 곳으로 한국 금석문을 대표하는 전시관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조선시대의 철비 탁본전은 그런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철비는 수량이 적고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찾아보기 어려운 비인데, 이번 전시는 한 곳에서 철비의 탁본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많은 군민과 관람객이 방문하여 감상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최태하 기자